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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4. 2023

가을비 우산 속을 걸을 때면

- 처마 끝에 맺힌 마음

가을비 우산 속을 걸을 때면

- 처마 끝에 맺힌 마음


                                       .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비를 사랑하는 자

가을단풍을 기다리지 말자

나는 가을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럴 가치 없다


다 익어가는 벼이삭

쓰러뜨리게 만들고

나로 하여금 점점 깊은 나락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보다

구슬구슬 구슬 피게 내리는

가을비에 젖다 보면


하얗게 내 머리 결내리는

흰 눈 내리는 겨울날을 기다리게 하고

나를 떠난 이유를

너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쏴아아 쏴아아 

소낙비 되어 내리는

그해 여름날


그러면 나는

내리는 비에 젖어도 아프지 않을

여름 장대비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좋을 테니 말이다


가을비 내리는 거리에

한 처마 끝에 떨어져

물방울에서


나는 가을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흰 겨울에 사랑이 얼어붙을

기다리는 마음도 가져본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오면

그 자리에서 수정 고드름이 되어 맺힌

너의 맑은 수정의 눈물에

나의 사랑은 떠나간 것을 알았다


이윽고

태양에 녹아내리는 네 눈물에서

나의  아픈 가슴에는

그날 이후로

그곳에 한 사랑의 꽃이 다시 피어나

그와의 사랑을 꿈꾸기 시작한다


2023.9.13  가을 소낙비 내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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