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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31. 2023

가을비 사랑비

- 갈대비 눈꽃비

가을비 사랑비

- 갈대비 눈꽃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비는 외로운 비

우산 없이 걷다

우연히 누군가

시나브로 다가오면

살포시 우산을  받쳐주길 바라는 

인연과 만남의 


가을비는 고독한 비

여름 내내 적셔와도

열정의 사랑을 식혀두지 못한 채


가을에 내리는 비에 젖을라치면

어느새 쓸쓸한 뒤안길에 남은 

미완성의 길을 걸어

이별과 작별을 고하는 비


가을비는 갈대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리는 비를 피하지만

여름날 장대비에 쓰러지도

다시 일어나는 너였기에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에

네 눈물인지 내 핏물인지

상처를 아우르고 씻겨주는

위로와 위안의


가을비는 사랑비

가을비에 젖어 갈대꽃이 피어나는

너를 바라볼 테면


만추날 흩트러지며 흩날릴 너를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음 약속을 기다리는

그리운 마음을 달래주


가을비는 눈꽃비

겨울비에 네 머리에 눈이 쌓여갈 때

나를 위로해 줄

가을비 우산 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너를 한없이

애처로이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단풍에 물들어 바람에 떠나가는

그리움 한 점에 

겨울날 설화꽃을 피우고


어쩔 수 없는 마음 한 자락에

지난 추억에 젖어 저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너는


겨울을 이겨낸

봄에 살갗을 돋우어 허물을 벗고

지난 허울을 잊힌 채

봄비에 상처를 보듬어 가는


아주 여린 대나무 순이 오르듯

스스로 삶의 연속성을 부여해 가며

점점 나를 닮아가는

가을비는 사랑비


2023.8.26 시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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