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Sep 19. 2023

고만이

-  고마리 꽃

고만이

-  고마리 꽃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청계산 기슭 자락에

청허 한 계곡아래 햇살 비추며

피어난 고만이 꽃


유유히 흐르는 물길 따라

계곡 사이사이 떨어져 들려오는

청아한 물소리에 묻히어


사람의 발길 따라 묻어나

떠나온 마음을 달래어가고

너의 청초함의 마음이 스며든 이곳을

나는 잊을 길이 없어라


너의 단단함은

갈대의 마음을 닮았고

너의 유순함은

억새의 부드러움을 닮았으니


이곳저곳을 살펴보아도

너만의 세상

나만의 극락을 꿈꾸는 무량수전에

피어난 백련화 보다 순수하고

피어난 홍련화 보다 사랑을 더하니


이곳이 바로

너의 마음 나의 마음이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피어오른 물안개 꽃처럼 


앙증맞게 가을 철새되어 

떠나 날아갈 듯이  

세속에 잊힌 꽃이 되어

피어난 고마리 


나를 여기까지 불러

이곳에 오게 만들고

고사리 손으로 다가선

나의 마음을


너의 이름이  무엇이었길래

물어물어 캐어 물어도

아무 소용이 없게 하더니


금세 각하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뻔한 너에 대한 사랑을

나를 이제 사랑하지 말라고

만하라 하네


고만해  고마리 꽃

2023.9.18 청계산 자락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팔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