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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28. 2023

가을비 한 자락에

-  떨어지는 미학

가을비 한 자락에

-  떨어지는 미학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비 한 자락에

계곡의 운무가

신내림 칼 춤 시위하듯

너울성 파도처럼 널뛰다


가을비

구슬구슬 내리는 구슬비

구슬 피게 울어 제쳐야

떨어지는 미학의

네 눈물을 이해하다


가을비

보슬보슬 보슬비

아기 솜털처럼

살결에 타들어가 부드러움

내 코의 치명상을 입힌다


가을비는 이슬비

한 점 없이 불어오는 바람

내리는 비에

쓰러진 내 어깨를 적시우고

네 존재의 가벼움은

이 가을을 더욱 채찍질하다


무기 용천하듯

위에 부딪히는 파도

제 살을 깎아지고 게거품 훑듯

바위에 쏟아지는

계곡의 웅장한 물소리에 바위 가르고


더 이상 아파하지 않을

숙명 또한 가를수 밖에 없는

우리의  만남과 인연 또한

그러하


살면서 슬프지 않았던 날들이

어디 있겠느


때론,

너의 슬픔을 다 헤아리지 못해

이별이라는 순간이 와도

떠나지 못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


한 톨의 정이

너에게서 남아 있다면

이듬해 피어나는 아지랑이가

나의 조그마한 뒷 텃밭에

춤추듯 새싹이 돋아날 테고


아직도 갈 곳을 잃어 헤맨 

운무에 갇혀 떠날 듯이 보일 듯이

바위 끝에 매달린 노송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되어가다


2023.9.27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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