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본능回歸本能
- 모천회귀母川回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의 어머니
돌아서 가자니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여
뒤돌아서 바라본
능선 사잇길은
뒷동산에 뒤안길로 보이는
소싯적 뛰놀던 안산밭길
언제나 다시
그 고갯길을
또다시 넘어오시려나
우리 어머니 시집올 때
넘나들던 그 아리랑 길이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수한 넝쿨로 뒤덮이고
돌아갈 수 없는 마음에
돌아올 수 없는 사랑만
남겨둔 채로 떠났어야 하는
모정의 길을 택하시고
자식들 먹이를 찾아 헤매어
길을 찾아 헤매는 마음은
곧 미로길이
여정길이 되어갔소
가을바람 불어오는
찬서리에 맺힌 이슬 떨구면
오늘도 여지없이 버선 발길로
님 오시는 대문 밖을 서성이시는
그 마음을
나는 아직도 이해 못 하오
여리디 여렸던 그 마음을 이해 못 하오
정말 이해 못 하오
포복산 정상에서 바라본
그 옛날 시루가
밤샘 갈라질 때까지
고소하게 익어가는 사랑을
저 멀리 치악산 시루봉에
떡시루에 떡고물
익어가는 냄새를 맡을 테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펄펄 끊어올라 터질까 봐
염려스러운
어머니의 그 따뜻한 손길을
이제는 내가
그곳의 빈자리를 채우며
그 한량한 마음을 모두
보듬고 떠날 준비를 하고 맙니다
어느새
정상에서 바람이 일어
문득 속세의
번민을 털어놓으니
다시 돌아갈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앞만 보고 걷자니
저 멀리 우뚝 솟은 포복산 아래
우두커니 서있는
집 채만 한 능선이
나를 잉태한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것을
먼산만 하염없이 바라만 봅니다
2023.9.14 봉화산 ~배부른산 종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