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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21. 2023

부석사 浮石寺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부석사 浮石寺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소백산 한 자락에

우담바라 꽃 피우고


천년

소백산 휘어감은

부석사 무량수전에


구름 타고 내려오고 

운해 물결 타고 떠돌다

하늘 높이 오르지 못해

한이  사무친


그 찬연하게

찬란하게 꽃 피웠

한낱

부귀영화를 꿈꾸기 위해


그대들의 작품인

옛 고성은 지금쯤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이곳에

그날의 전성을

다시 불러 모아 왔던가


구름처럼 바람처럼

토성은 무너져 사라지고

흙이 되고

 

오랜 세월 먼지가 되어 

날아가 퇴적되어

남아있을 조차 없는


이곳에 다시

터전에 뿌리를 내리니


그대들이 

진정으로 일궈낸

진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물며

그대의 큰 뜻을 이루고자

천년의 마음을

대들보에 기대어 지탱해 온

천년사직의 흔적이 되어


천년의 마음이 곧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는

마음이 되어가는 것도


어쩌면

너와 나의 오래된

기다림의 인연이지

않으리오


오고 가는 마음은 하나인데

떠나고 남는 자리에는

언제나 흔적의 발자취가

가득 넘치거늘


큰 스님 기다리다

날지 못해

남아있어야 하는

이곳에 터전을 내린 굿 하듯


뒤로는 민족의 젖줄 정기아래

앞으로는 언제나

태양을 맞이해야 하는

그 뜻이 숭엄하고

거룩한 마음일진대


오늘 같이 가을비가

우산을 쓴 듯  안 쓴 듯 하니

가랑비에 못 이겨 떨어지는

낙엽을 맞을 테면


고요한 산사에

가을비가  

고즈넉한 인적이 드문

이곳에 오는 이로 하여금


가을비 내리는

가을바람에 아직도

흔들리며 떨어지지 않을

마음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를  따라오지 않을 수야

없지 않겠냐

그 말이 천년을 기다려온

그리움이지 않을까

하더이다


2023.10.19  가을비 내리는 영주 부석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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