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싸대기

- 치악산 여정길 1

by 갈대의 철학

낙엽 싸대기

- 치악산 여정길 1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르는 길에 정신 차렷



낙엽 싸대기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이 휘날리어


나의 빰을 때렸습니다



아~


여름이 언제였던가요



불어오는 바람에


또 한 번 혼미해진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간간히 나무사이에


햇살 비추어 기대는 마음에


여름이 지나간 것을 알았습니다



이리 가면 언제 오고


또한


저리 가면 또 언제 갈는지요



두루 망라 섭렵 길에


언제 다시 볼 수 있겠고



이 시간


이 순간을 기억하고


기다리다 지쳐


다시 떠나갈 수 있으려나요



오는 세월


붙잡을 수 없고


가는 세월


손 내밀 수 없으니


지나온 세월


매달릴 수야 없지 않나요



황금들녘을 수놓는


나락(벼)만이


고개 숙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산에 신들린 나의 마음도


저절로 고개가 겸허해지는 것은


늘 자연의 엄숙함의 이치로


다가서게 하고



산에 오르는 내내


나는 그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하늘 한 번 올려다보는 것이


긴 여정길에 떠나온


한 방울의 목 축임에


마음 비우며



하늘의 이치와 순리를 깨닫는


이 마음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인연의 만남이 있어


행복은 늘


그대 몫에 달렸지만



사랑만은 언제나 늘


내게 기다림에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으니까요


치악산 원일상회 하산주(묵밥,감자전,더덕주)

2023.10.7 치악산 하프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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