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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12. 2023

가을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

-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릴 거야

가을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거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모든 일들이 다 잘 될 거야


술술 잘 풀릴 거야



구렁이 담장 넘어가듯


산등성이 구름 넘나들듯이



갈래갈래 깊은 계곡


여러 갈래  물이 모여들듯


강물이 되어 자연스레


바다로 흘러가듯이



구름이 못 이기는 척


바람에 묻혀가듯이



희로애락 목구멍에


술 한잔이


술술 잘 넘어가듯이



사랑이 오면


이별도 함께 따라오듯이



어제가 지나면


오늘을 기다리듯이



오늘이 지나가면


내일을 기다리듯이



꽃이 피어나면


다음 생을 위한


꽃씨가 흩날리듯이



그리움이 지면


추억이 기다려지듯


기다림은 언제나


사랑으로 다가오듯이



단풍이 물들며 떨어지듯


낙엽을 바라보고


가을이 떠나가는 것을 알듯이



차가운 하얀 설국의 설원을 꿈꾸며


하얀 눈사람이 되어


외사랑이 되어가듯


한없이 한 사랑을 바라보며


흰 겨울을 맞이하듯이



슬픔이 지나면


기쁨도 따라오고


불행이 지나면


행복도 따라오듯이



이 가을 쓸쓸함에 묻어나는


고독한 계절이


남자의 계절이라 부르듯


힘겹게 떨어지지 않을


낙엽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되어가듯이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단단하게 굳어가듯이



희망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한줄기 햇살이 어둠의 희망을


밝혀주듯이



인연의 만남이


우정이 되어가듯


사랑이 되어가고


다시 연인이 되어가듯이



이 순간


이 시간이


마치 타인의 시간처럼


되어가듯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은


실타래 매듭 풀어헤쳐 놓은 듯이



그대의 사랑이


거미줄 같은 사랑의 올가미가


되어가듯이



우리에게 남는 사랑은


어느 못다 한 이의 사랑에


영혼을 불어주어 달래주듯이



떠나가는 어느 이름 모를


잡초의 낙엽을 회자해야 하고


지우지 못할 낙엽이 쓰러져 가는


가을을 기억하듯이



곧 떠남이


또 다른 인연이 아니어도 좋고


또 다른 만남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고백할 줄 아는



정초 없이 떠나가는


어느 나그네의 이름을


떨어진 낙엽 불러 모으 듯이



이 가을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가


저 강물과 함께 굽이치듯  


흐르는 사연이 아니어도 좋고



굳이 말 못 하지 않을


우리들 사랑이 아니어도 좋고


꼭 기억해야 만 하는


사랑이 아닌



때론 잊힐 듯이 보일 듯이 하고


바람 한 점에도 쓰러지지 않을


외롭지 않을 미완성으로 쌓은 탑에


갸륵한 정성 하나쯤 심어놓듯



이 가을을 떠나보낼 수 있는


진정한 용기는 너에게로


다가서지 못할 사랑에서


다시 찾는다


2023.10.8 섬강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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