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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15. 2023

가을일기

-  가을의 미완성

트래킹 길에 만난 원주천 수달 -  치악산 먼곳 까지 왔구나 겨울이 되어서야 너를 만날 수 있었는데, 오늘 너를 다시 만나 나에겐 행운이자 희망이야

가을일기

-  가을의 미완성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은


나의 가을은


미완성 일 때가 아름다웠다



곡식은 속이 꽉 차지 않아도


여물어가는


마음이 되어가기를



마음의 수양은


달이 기울어도


채워지는 마음이기를



음악은 미완성의 곡으로


늘 아쉬움을 달래어가는


마음이기를



노래는 못 다 부른 마음은


영혼으로 부를 수 있는


여운이 깃든 마음이기를



미술은 여백의 미가


퇴색되지 않아도


늘 변화지 않는 마음이기를



운동은 완벽이 아닌


늘 부족함으로 정진하고


채울 수 있는 마음이기를



영화의 라스트 장면은 슬프지 않고


늘 기쁨을 안고


남겨둔 채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마음이 되어가기를



등산은 정상의 마음이 아니어도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기운으로


달관할 수 있는


용기와 기운을 돋는 마음이기를



트래킹이 꼭 종주의 의미가  아닌


가다 지쳐 쉬어갈 수 있는


길 있는 길 위에 길이 아닌


길 없는 길에 놓인 마음의


다리가 되어가는 길이기를



이별은 영원한 기다림이 아닌


떠남으로써


해후하는 마음이기를



만남은 우연이 아닌


그리움 되어


다가서는 마음이기를



작별은 잠시 헤어짐이


또다시 만날 수 있는


마음이 되어가기를



우정은 사랑 없이


싹이 틀 수 없다는 것을


그 아래에


늘 사랑의 초석이


되어주는 마음이기를



인연은 필연이 아닌


살아가는데


필 수 요소가 아니어도


언제나 기다림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마음이 되어가기를



그리고


쓸쓸히 고뇌 이는


가을이 저만치 떠나는



나의 마음


너의 가을은



이미 단풍에 젖어


만추를 기다리고 있다고



바람 앞에


산산이 부서져 날리는



어느 이름 모를 소녀의


손바닥에  떨어져


붉게 물들지 못한 채


낙화의 슬픔을 안고 쓰러진


단풍잎  하나를 바라볼 때



나의 사랑도


너의 사랑도



마지막 끝의 마음


한 두 개 정도


남겨두는 미덕으로 남을


너와 나의 미완성을



흰 겨울에 덮여


보듬어줄 마음을


남겨두기 위함이  아니어도



나의 가을일기는


가을 소나타의 미완성



너에게로 다가가는 길이


늘 지름길이 아닌



만추의 시작으로 떨어진


어느 낙엽진 숲 속길에


길을 잃어버린 마음이



곧 너에게로


또다시


다가가는 마음이 되고



나의 가을 마중은


기다림이 떠나온 마음이


아니기를 간절히


너를 위해 기도드리리라


오늘 트래킹 길에 만난 원주천 수달1
오늘 트래킹 길에 만난 원주천 수달2

2023.10.15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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