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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26. 2024

달의 황혼

-  달의 초혼

달의 황혼

- 달의 초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달이 지나온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찬기운 서린 밤하늘에 떠있는

작은 별들을 못다 헤일 듯

먼산을 한없이 올려다보았습니다


달빛에 그을린 구름다리 사이로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홍점하나 발견하곤

그 빛이 아직 못다 타들어간

내 어릴 적 소싯적 꿈이란 걸 알았습니다


황혼에 접어들어 길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

아직도 내게는 못다 한 사랑을

꽃 피우지 못한 까닭이 있어서입니다


다시 샘솟듯 꽃 피울 자리

청춘의 다리가 없이 떠나 자리


그 다리 위에 

어느 한 소년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하안 안개인 듯이 밀려오는 

은하수 물결에 건너오는 다리 위를

다른 한 소년이

마주 보고 서있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제야 그곳에

아직 건너지 못해 따라오지 않은

한 소년을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아도 되어갔습니다


달이 황혼에 접어들었을 때

나의 꿈은 다시 초승달이 되어가고

나의 마음이 곧 달의 초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2024.1.26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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