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황혼
- 달의 초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달이 지나온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찬기운 서린 밤하늘에 떠있는
작은 별들을 못다 헤일 듯
먼산을 한없이 올려다보았습니다
달빛에 그을린 구름다리 사이로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홍점하나 발견하곤
그 빛이 아직 못다 타들어간
내 어릴 적 소싯적 꿈이란 걸 알았습니다
황혼에 접어들어 길이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
아직도 내게는 못다 한 사랑을
꽃 피우지 못한 까닭이 있어서입니다
다시 샘솟듯 꽃 피울 자리
청춘의 다리가 없이 떠나온 자리
그 다리 위에
어느 한 소년은 그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하안 안개인 듯이 밀려오는
은하수 물결에 건너오는 다리 위를
다른 한 소년이
마주 보고 서있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제야 그곳에
아직 건너지 못해 따라오지 않은
한 소년을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아도 되어갔습니다
달이 황혼에 접어들었을 때
나의 꿈은 다시 초승달이 되어가고
나의 마음이 곧 달의 초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2024.1.26 청계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