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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04. 2024

고요한바다

- 잠자는 바다

고요한바다

- 잠자는 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잠자는 고요한 바다를  

깨우러 왔다

춤추는 바다 위에

뱃고동  울어제치면


갈매기떼 춤추며

끼룩끼룩 우는 소리에

개선문에 입성한

수문장의 우렁찬 문을 여는 

뱃고동 소리에

방파제의 문이 열린다


망망대해의 미로 숲 속을 향해

일진에 이어 뒤를 이은

공수부대가 따라 떠나온다


그 뒤에

잠에서 깨어난 바다 위에

파도가 너울너울 춤춘다


칼자루 하나 없이

무정부 상태의 기선 제압은

떠나는 이를 압도한다


자 보아라

펄럭이는 깃발 위에

무엇이 흔들리는지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가로지르는

저 늠름한 기상나팔소리에


어느 누가 따라올 자

어느 순간 흐트러짐을 보여야

한단 말인가


떠나는 자는 말이 없고

남는 자는 말이 많다


기수를 돌리면 적군이 되고

직진하면 아군이 되던가


흥망성쇠의 위용은 매 순간마다

위기를 기회로 잡는 이의 몫으로

남았어야 하는가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만선의 기쁨

하나 가득 싣고 오는  것이


비단,

갈매기들이 환영식 하는

그들의 뱃속을

달래주기 위함 만은 아니다


먹다 남은 싱싱한 횟감을

단지 한 잎베어

먹다 남은 찌꺼기 처리를 위한

신의 한 수도 아니다


그들은 바다와 한 몸으로

늘 단일대오에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 맞서는 친위대이다


뱃고동 나팔수 한번 울리면

출항 채비에 

모든 군비는 완성된다


두 번 울리고 

고요한 바닷속 심해에서

잠자는 적군의 기선을 제압하고


세 번째 울리면 당당히 맞서서

전진하며 돌아올 수 없는 바다를

헤쳐 나가는 그대들은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


저녁  아스라이 멀어져

해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포로로 잡히어  볼모의 땅에서

이곳저곳으로 팔려나가는

노예의 시장에서

후한 값을 치르며 좋을 것만


그래도

그대들이 잡아온 포로들은

거센 파도와 고군분투하여

싸워 이겨낸 피와 땀의 신의 결실이니


모두 제값을 받아도

그렇지 않아도 되는 그대들은

귀향의 꿈을 이루었으니

그것으로 그대들의 꿈은 원대한

원정이었다


2024.1.29 제주 성산포항에서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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