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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0. 2024

퇴청

- 즐거움을 잊힐세라

퇴청 

- 즐거움을 잊힐세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사랑아

며칠 사이였지만,

네 눈에 비친 나의 모습들이

초라하기 그지없더구나


그래도

즐거움을 잊으려고

다시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한다


네 하나 사니

내가 여기

올라가야만 하

당연한 이유를 찾아서 말이다


이제는

즐거움을 찾기보다는 

즐거움들을 잊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으련다


사랑아

머뭇거림에는

다 이유가 있듯이

차라리 사랑하지 못할 바에는

사랑이라는 뉘앙스로도

대신하지 말거라


사랑은 머뭇거리지 않는 사랑

그러한 사랑을

나는 이 겨울 지나는

따뜻한 봄날에 눈 속에

파묻혀 피어나는


백운산 자락 십자봉 가는 길에

그해 눈 덮인

살포시 걷어내어 한아름 안긴

노랑 복수초의 마음을

지닌 이가 있어


사랑을 전해주려 떠나가는

어느 낯선 이의

나그네의 발길이

너에게 진정한 사랑을 전해주려

그곳 멀리서 떠나 와야만 다고

말을 전해주고 싶더구나


지난 복수초

2024.2.18 충주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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