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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길

- 바람의 인연

by 갈대의 철학

바람의 길

- 바람의 인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속세의 길을


잠시 떠나와


바람이 머무는 곳


그곳으로 떠나왔네



내내 힘든 고갯길을 베개 삼아


아직도


봄과 겨울사이에 묻혀있는


잔설의 포근함을 잊은 채



봄의 전령사는


지금쯤 모두


어디로 떠나갔을까



산천초목 자리에


봄바람이 불어준


미더운 마음이 그리


달갑지 않은 마음 이던가



그날에 바람만이


계곡길 사이사이로 불어오는


한 점의 햇살이 주는 정감은


먼 바람의 길을 떠나온


남쪽의 마음이 통해서일까?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그리 매섭고 낯설지


아니한 바람을



나는


바람의 길이


걸어온 한길이 아님을


알았을 때



저 멀리


구름 햇살 사이에 빗대어


이곳으로 불어준 바람만이



세속을 떠나온


풍운아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바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의 마음은 이미


길이 아닌 길에 바람이 불어와


태초에 마음을 달래줄


고향의 언덕에 불어오는


바람의 길을 따라가고 있었네


2024.3.16 원주 감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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