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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진달래 능선길에서

- 진달래 꽃길을 걸어갈 테면

by 갈대의 철학


청계산 진달래 능선길에서

- 진달래 꽃길을 걸어갈 테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청계산 진달래꽃

피고 지는 계절이 돌아오면

멀리서 들려오는

아련한 님의 목소리

봄바람 향기 타고 날아온다는데


새소리

님의 소리

바람소리에 묻혀 떠나온

유수한 발자국 소리에 깨어난


일찍이 너는

춘삼월에 피어났어야만 하는

잊혀간 가인이 되어야 했다


진달래꽃 지고 나면

너를 반기는 이 어딜 가고

울창한 수풀림에

푸른 연녹의 앞치마에 수놓을


그날의 마지막에 떨어질 꽃잎은

누구를 위한 그리움을 대변해

기다림을 말하렴인가


청계산의 봄은

그리 쉽게 오지 않으리

그리 오래 머물다 기다리지 않는

마음이려니


앞산에 백룡 깨어나

홀로 외로움에 지쳐간

커다란 장벽 사이를 건너는

구름의 다리를 건너왔을 때


따뜻한 나의 어머니 산이여

그리운 품속의 청계산이여


나를 잉태한 청룡의 품은 꿈을

그리 날아올라 매봉에 올라오지

않아도 좋으리


진달래 능선길 접어들어

떠나온 갈래길의 마음 하나에

의지도 하지 못 한채 걸어온 발길이


떠나온 천 번의 발자국 소리에

울림에 지척이 되어가는

너의 기척은


어느새인가 긴가민가

고요한 적막에 소스라쳐 놀란

까마귀 적삼에 다시 날아오르네

2024.3.27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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