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나의 스승
- 산에 오르는 이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우리는
말로만
뭐든지 다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가보지도
오르지도
경험도 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지난 과거이야기에 파묻혀
그 말이 진실인양
자신이 한 말에 취해
거짓이 참인 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산에 올라
힘든 고개를 만나
오르는 내내
여러 스승을 만났습니다
오솔길을 가다
앞만 바라보고 걷다
돌부리에 넘어질 뻔 하니
나의 스승께서 말해주시길
가끔은 아래를 내려보아
살아있는
죽어있는
만물의 사물들이
나의 발에 밟히거나
부딪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을
말씀하셨습니다
오르막에 오르면
중간중간 힘들다 쉬어가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발로 걸어갈 수 있는 용기에
갈채를 보내고
이마에 흐르는 땀의 고마움에
내가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배우라고 하셨습니다
때론
지팡이 없이 걷다
오르는 마음에
의지를 더해주는
나뭇가지 잔손의 도움을 받으며
이 세상에
나와 친한 벗이 아니어도
내가 필요로 할 때
아무런 이유 조건도 없이
말없이 건네주는 손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오르는 길에
갑자기 힘들어 털썩 주저앉아
모난 돌에 깨어난
나의 의식의 세계
쉬어갈 수 있다는 것에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을 때
배려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겸손의 미덕을 헤아려 주셨습니다
치악산 높고 깊은 산자락
홀연 단신 오른 길에
예전에 오래전 잊혔던
구룡사 계곡에 버려진 마음 하나
찾으러 다시 떠나와
진달래 꽃 피어나는 계절에
나의 마음은 다시
치악산에 오래전 묻혔던
마음을 꺼내어
구룡사 구룡소에 화폭을 담아
그 마음을 다시는
잠들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2024.4.11 치악산 비로봉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