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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꽃필 때면

- 첫사랑의 감별사

by 갈대의 철학

라일락 꽃필 때면

- 첫사랑의 감별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라일락 꽃잎 따다

주전자에 살짝 피어나는

나는야 사랑의 큐피드

첫사랑의 감별사


그대 인상 찌푸리면

첫사랑의 실패라고

놀려주고


그대 웃음 건네주면

첫사랑의 시작이

곧 내 사랑이 될 거라고

몰래 기쁨 감추고


라일락 꽃향기에 취해

그대 향기 잊으랴


그대 향기에 젖다 보니

라일락 꽃 향기가 어느새

내 코 끝의

미감을 송두리째 앗아가

내 님의 향기를 잊어버렸네


그대여 그래도

나는 잊지 않으리다


오월의 그날이 오면

바람에 실려 떠나오는 향기가

아직도 그대 향기에 묻어난

첫사랑의 감별사가

그대가 아니더라도


나의 마음에

늘 그 자리 그 향기가

언제나 예정에 없던

첫사랑의 이별의 꽃은

라일락 꽃이 피어났을 때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2024.4.20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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