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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04. 2024

아카시아 꽃이 피어났습니다

-  아카시아 꽃에 찔렸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피어났습니다

-  아카시아 꽃에 찔렸습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아카시아 피어났습니다


그날이 오면

지난날 민족의 아픔과 서러움들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 버린 채

그만 가시에 찔리고 말았던 

그 순간의 기억들을

잊어버린  우리는 살아왔습니다


따꼼 따꼼  따끔따끔

전해오는 그날을 상기하듯

아카시아 피어나는 계절이 

꽃이 지고 추운 한겨울 날에도

그곳을 지나가고 싶었지만


마치

금남의 집처럼

가시넝쿨 성채로 이루어져

도저히 수풀을 헤쳐나갈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을에 도착할 수 없는 채

그만 그곳에

옴짝달싹 하지를 못한 마음이

되어갔습니다


다음

산천이 바뀌고

산에 들에  피어난  아카시아 꽃들도

세월 탓이라 무기력할 정도였으니


오랜 덤불 가시밭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제살을 깎아지르듯 하는 것보다

예수의 가시 월계관 보다

더 아픈 기억이 되고 마는 것은


바로 그들이  쳐 놓은 그물에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자랑스러운

민족 유산물의 존재처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의 경지에 도달하듯

다가설 수 없는 마음이 되어가고

말았습니다


아카시아 뿌리의 번식력

우리 민족 말살의 한 축에

백두대간에 쇠말뚝을 박고

들에 피어나는 들꽃의 여린 마음은


아카시아 숲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고 보이지 않는

땅속에 그들만의 독버섯처럼 번져가


야금야금 민족의 정체성을

뿌리째 동화시켜 민족의 혼까지

다시 짓밟히는

말살이라는 미명하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그 속에서는

햇빛도

바람도

땅의 기운도  모두

어둠의 블랙홀이 되어갑니다


그날에 우리 민족에게 심어놓은

영혼 불변의 안식처를 만들어

그곳에선 더 이상

헤어날 수 없는 울타리의 범주가

되어갔습니다


그만 아카시아 꽃향기의 미덕에

취해버린 우리는

이제 지나간 날에 과오를 

민족의 아픈 마음의 치유로

상처를 보듬듯 아우르며 지내왔습니다


빼앗긴 들에 

들꽃이 되어버린 영혼이여


그대들이 피 흘러 일궈낸

영혼의 안식처로 지금 이 땅에

제가 서있습니다


그들은 거미줄처럼

또다시 우리 땅을 갈라치기하며

가시밭길로 찔린 채 흘러내린

마음의 멍석은 

 성서의 금지서가 되어가고 맙니다


국토의 갈래갈래 뻗어나가는

차마 어느 누구 하나

민족의 의식은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무지한 세월에 노예가 되어가듯

긴 뿌리의 채찍질은

다시금 우리가 남긴 역사의 흔적들에

부산물이 되어 남습니다


아 그대들이여

그날이 다시금 오더라도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하지 말지어다




몽글몽글 알알이

피어난 눈꽃송이


살랑살랑 봄바람에

불어오는 꽃향기는


우리님 고운님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에

이리저리 흔들려버린 사랑


아카시아 꽃잎 따다

입에 상큼하게 넣어준

사랑의 묘약


2024.5.3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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