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부른 산 가는 길에
생강나무
- 배부른 산 가는 길에
시. 갈대의 철학
생강나무 노랗게 피어났을 적에
떠오른 얼굴하나
산수유 피기 전에 먼저 생각나고
진달래 피고 지고 나면
그리움으로 남는 사람
벚꽃 낙화되어 떨어질 때
이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설레임이 무엇인지 기다림을 남겨두고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할 때
사랑이 지는 이유를 가르쳐 준 사람
봉화산 지나
배부른 산 오를 때면
이 길이 꽤 낯설지가 않는 것이
그때 생각나는 생강나무에
능선따라 즐비해
가는 곳곳마다 노랗게 수를 놓아
내 코끝을 나부끼고
앙상한 나뭇가지
나뭇잎 하나 걸쳐 입지 아니한 너는
네 곁에서 피어나는 웃음 짓던 보조개와
아기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냄새가 달가워도
생강 향내 나는 네 모습 보다 더 짙지 못하다
서늘한 찬바람 불어와
온몸을 털어 봄을 부르는 소리
제 몸 하나 지탱하기 어려운
길고 짧은 여린 마음을 옆에 두고서
떠오르지 못할 태양이었나
지지 못할 석양이었나
감추지 못할 안개였던가
너와 내가 가는 이 길이
혼자가 아닌
둘이 가는 길이기를 바래보는 것이
아직도 우리에게
사랑할 여정이 남아있어서 이고
못다 한 이야기로
돌아갈 여정이 없어서 이다
다행히 산수유는 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