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사냥
호랑 사냥(소군산 가는 길에서)
- 여우사냥
시. 갈대의 철학
[ 1막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님 마중하려
하우고개 넘나 든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님 기다리는
송운봉 넘어 간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님 마중하려
소군산 넘어 온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님 상봉하려
문바위봉 오른다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 2막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님 기다리는 길목에
칠봉 칠부능선 넘나 든다
여우야 여우야
이 길목을
왜 자주 넘나드니
무섭지도 않니
여우야 여우야
이 길 끝에 다다르면
나 보다 더 무서운
하늘 위 원을 그리다 마는
매가 날아와 너를 데려갈 거야
[ 3막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이능선 저능선 님 찾아
운무 속 갈 곳 잃어 헤맨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헤맨 구름 속 어딘가에
빵과 고기 냄새가 부른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님은 어디 가든 말든 신경 안써
이리 저리 지친 몸에
내 뱃속 배만 채워간다
넘실 넘실 기분 좋아
춤과 노래 절로 춰져
헤맨 이곳에 잠이 온다
여우야 여우야
네 뱃속 채워가니 내 뱃속 곪는다
[4막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베틀바위에 앉아
재 너머 호랑이 나타날까
실눈 치켜세워두고 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호덫봉에 호랑이 걸리면
호랑이 지칠 때까지 기다린다
[ 5막]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저 멀리 님 올까 하여
호암산에 올라 마중 나선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늑대가 사냥을 해 사냥을. 쉿
얼른 네 몸 석자를 숨기려무나
어떻게 사냥을 하는지 잘 보렴
[ 6막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피맛을 유달리 좋아하는
늑대를 보고 있어
진한 피 지린내 따라
고기 살점 냄새를 맡으며
혼줄을 놓고 달려들어 온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늑대 입에
게걸스럽게 묻어나는 피
살 한 점을 핥아먹는 늑대를 지켜보고 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늑대가 피 묻힌 고기 살 한 점을
정신없이 베어 물고 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배고픈 늑대가
한없이 피 속에 쩔어있는 고기를
계속 핥아먹는 모습을 보고
그 속에 칼날을 감춘 것도 모르고
스스로의 죽음에 다가가는 것을 지켜본다
[ 7막]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도장골 계곡 숲 속길 따라
멀리 나 있는
구름 속 헤맨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평장 바위굴에 몰래 숨어
마녀사냥 기다린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평장굴에 몰래 숨어
화형 시키는 것을 지켜본다
아무 죄 없는 사람
아무 죄 있는 사람
아무 용서 못하는 사람
아무 용서하는 사람
아무 마녀로 몰아세운 사람
평장굴에 봉분이 없어
찾는 이가 없다
[ 8막]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칠봉 맑은 계곡 발 담그고
세상 달관하는 법을 기다린다
[ 8막]
여우야 여우야
세상에 완벽한 것이 있으랴
자기가 친 그물에 옭아매어
헤어날 줄을 모르고
스스로 죽어가는 줄을 모르는구나
[ 9막]
여우야 여우야
세상에 영원한 것도 없고
세상에 영원한 선과 악도 없으며
세상에 그 둘은
영원히 항상 음과 양의 불패이구나
[ 10막]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호랑이 잡으려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