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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05. 2024

바다로 간 소년

-  산으로 간 소녀

바다로 간 소년

-  산으로 간 소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골짜기 소녀는

어느 날 밤바다가 그리워

곡으로 떠났


 소녀는

산으로 떠나 십이선녀탕에

멱을 감는 선녀의 옷을 가져가

은하수 물결을 타고 내려온

선녀 옷을 대신 입고 


바다로 떠난 소년을  찾으러

날갯짓하며  바다로 향해

다시 떠나갔다


이윽고

산으로 떠난 한 소녀는

오랫동안 하늘로 날아가

더 이상 날개를 펼칠 수 없어

어느 이름 모를 섬에

도착하였다


그 섬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라는 것을

알았을 때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떠나온 뒤에야

후회를 한들 늦은 마음을

달래어 가기도 전에

운명의 장난을

서서히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이곳에서 살아가야 할 큰 위안을

이 섬에 나 아닌 다른 사람

아니 다른  나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아갈 수 없는 존재


닭처럼 생긴

낭떠러지에 집을 짓는

바다 직바구리가 있었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깎아지른 절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너의 처지는 지금

나와 다를 바 없는 동병상련의 길


캄캄한 밤이라 보이지 않던

마치 기적과 같은

현실이 일어났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고

나는 그제야  안도와 희망을

너에게서 되찾았음이다


그것은

섬이 뭍으로 이어진 

다리가 있었으니


천리포 숲에서 바라본  그 섬이

바로 바다로 떠난 한 소년의

더 이상 날 수없어 정착한 섬


그는 그 섬을

낭새 섬이라고 불렀고

한 소녀는 하루에  두 번 그를 만났다


그리고 어느 날

깎아지른 절벽에 지은 집은

풍랑과 거센 파도에 의해

저 멀리 바다로 떠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듬해

천리포 앞 숲에는

빨간 해당화가 피어났는데

나는 그 꽃을

바다로 떠나간 한 소년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오늘도

하루에 두 번 뭍에 건너와

뜨거운 태양아래

빨갛게 피어나는 그 꽃을 바라보며


수평선 끝으로 멀리 떠나간

낭새가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그 꽃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천리포.낭새섬
닭섬.낭새섬

2024.7.31  천리포 수목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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