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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넝쿨과 댕기머리

- 꽃가마와 꽃상여

by 갈대의 철학

담쟁이넝쿨과 댕기머리

- 꽃가마와 꽃상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 오면

의당 우리 집

옛 고을 너머 담장에

피어오르던 담쟁이넝쿨


뉘 집에 시집가려나

염탐꾼 되어가듯

사방팔방 이 동네 저 동네

마실 쏘다니고

갈래갈래 수소문에

뻗어 난 촉수 끝에는


어머니 옛 어린 시절

수줍게 뛰놀던

늘어진 댕기머리 끝에

나풀거리는 나비 댕기가

춤출 때면


어머니 시집갈 때

부끄러움 얼굴 붉히던

족두리에 꽃가마 타고

시집가네 시집을 가네


어머니 돌아가신 날

평생 못다 따다 드린

환하게 웃음 짓던 구절초가

피어나면


꽃 상여 타고 우리 어머니

저길 가시는 길

다시 꽃가마 타시었네

꽃길 걸으셨네


그 먼 길을

돌아보지 말라며 손짓하던

그 마음이 아득한 저 하늘

아득히 구름 속 홀연히

떠나가네

떠나가셨네


2024.8.25 동네 마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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