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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랄 게 없어라

- 당신의 요람

by 갈대의 철학

더 바랄 게 없어라

- 당신의 요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땀의 노력의 결실은

당신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배가 나와야 허리가 굽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

늘 당신이 배고픔을 잊지 않게

내 곁을 함께해서입니다





내게 두 눈이 있어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이 어디로

흘러 떠나가는 것인지

바라볼 수가 있어서 좋고


내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두 발이 있어


대지를 바라보며

한발 두발 내딛으며

어디든지 걸어갈 수가 있다는 것에


내가 살아 숨 쉬는

대지의 내음을

맡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더욱 바랄 게 없어서 좋고


내게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두 귀가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때에 따라

한쪽귀로 듣고 다른 쪽 귀도

열어둘 수 있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고


그리고 나는

위 세 가지 마음 보다

더 소중한 게 있나니


세상의 일은 한 치 앞을

바라볼 수가 없는

바람 앞에 풍전등화의 삶처럼


만약에

내가 그대를 바라볼 수가 없고

그대의 마음을 읽을 수 없고


그대의 청아한 목소리 또한

들을 수 없고

급기야 내가 그대 곁으로

걸어갈 수 없을 때


나의 마지막의 희망이 되어줄

이 모든 것을

떠나고 잃어버리고

내게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어가는 것처럼


당신의 지난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당신의 오랜 벗 인양

곁에 없어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사랑


그것은 바로

당신이 내 곁을 지켜주었을 때

느껴보지 못한


절망에 희망의 따뜻한 목소리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천상의 아리아

나만의 요람이 되어갈 때입니다



2024.8.30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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