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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9. 2024

희야 들리니

-  사랑앓이 꽃사슴

희야 들리니
-  사랑앓이 꽃사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희야
낙엽 지는
그 숲으로 나 가자

그곳은 너와 내가
새소리에 아침이 오는 것을 알고
풀벌레 우는 소리에
저녁이 다가오는 것을 알며


너와 나의 사랑에
숲 속의 햇살이 간간이 비쳐오면

아직도 우리들 낮과 밤은
어리고 길다는 것을 알아가자

희야
낙엽 떨어지는
그 숲으로 가자

그곳은
너와 내가 꿈꾸고
그 숲 속에
우리들 사랑의 절정에
몸부림치고 메아리 되어 울리면

부스럭 소리에
그대 순수한 커다란 눈망울이
어느 아기사슴의 놀란 눈망울과
마주쳤을 때

희야
너는 꽃사슴 되어
더 이상 사랑앓이의 시듦
피어나지 않는  

안개 낀
그 덤불숲으로 헤쳐나가는
너는 홀연히
한 점 구름의 천사가 되어
사랑도 떠나간다는 것을

그 솦속에
요정이 나에게 다가와
살포시 말해주며
그 숲 속의 한 햇살의 빛이 되어
떠나간다


2024.9.19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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