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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철학
Oct 14. 2024
하루의 길목
- 사랑하는 이에게
하루의 길목
- 사랑하는 이에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
하루도
태양이 아스라이 서산을 넘어갈 때
나의 하루도
가을날 낙엽이 퇴색되어 가듯
빛바랜
한 햇살에 의지한 채
또 그렇게
지나가 버렸
습니다
나는 아무 이유도
말도
없이
초저녁 별빛이 아린 그곳에
혹시나 하는 여린 마음 하나 감싸며
보금자리
둘 곳을 찾아 헤매는
어느
길 잃은
어린 사슴의 눈이 되어
풍랑에 더 이상 갈 곳을 잃어버린 채
이정표 없이 표류하는 돛단배처럼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 하나에
내 마음의
닻을 내리며
발걸음도 멈추게 하였습니다
나는 오늘도
나의 내일도 또다시 그렇게
하루의 길목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가기를 바랐습니다
어쩌다
길을 잘못
접어든
이에게는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는
수문장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게 서성이다
지쳐 쓰러져 가는
길 잃어버린 이에게는
등대 빛이 되어주어
한가닥의
실낱
같은 미소가
당신이기를
바라는
벙어리 냉가슴 앓는
이가 바로
나였었
기를
진정으로
바랬었는지도 모릅니다
2024.10.13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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