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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30. 2024

꽃밭에서

-  꽃의 인연

정훈희. 꽃밭에서

꽃밭에서

-  꽃의 인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눈 내린 어느 겨울날

광활한 들녘에

나 홀로 서있을 때


저 하늘 알데바란의 두 눈에

번쩍이는 매서운  칼날의 끝에

빛나는 늑대의 눈을 마주 대했을 때


나의 두 눈에는

이 순간이 내 생의 최고의 걸작을

남기는 날이라고


장렬히 싸우다

전사자의 넋을 위로한

비목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요단강을 건너지 못한 채


이글거리는 태양의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지막이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이라고




한 사랑이 꽃밭에 거닐다



꽃밭에 앉을까?


꽃밭에 앉아

그대가 나를 찾다

다른 사랑 찾을까?


꽃밭에 누울까?


꽃밭에 누워

그대가 나를 밟고 지나쳐 가면

나는 그대의

험한 다리가 되어줄까?


아니 나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꽃밭에 꽃을 바라볼 테야


그리고

꽃의 마음은 사랑이라고

그 꽃에 꽃말을 지어 주어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나야 한다면서


사람한테는 사랑이

피어나야 한다고 


꽃의 인연은

꽃이 피어나

향기가 머물 때 까지라는 것을


2024.10.30 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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