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슬퍼할 게 너무 많아

- 그래도 바다가 있잖아

by 갈대의 철학

슬퍼할 게 너무 많아

- 그래도 바다가 있잖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슬퍼지려는 바다에 가보았다

잔잔한 파도가 싫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파도야

너는 슬퍼지는 마음을 아니

그래도 너는

부딪혀 달래줄 갯바위가 있잖니


바다야

너는 내 모든 것을 내던져도

변함없이 묵묵히

세상을 포옹하고 묵상만 하는구나


나는 정말

네가 싫다


한 번쯤은 돌아설 줄 아는

미덕이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니


너는 왜 내가 오면

그렇게 나보다

더 거칠게 울어야 되는 거니


나는 네가 밉다

정말 미치도록 싫어할 거다

그 마음속 마음

네게 모두 전라가 된 기분이야




바다가 뉘 부를까

바닷가의 소녀여


나는 네가 부르지 않으면

떠나오지 않으리


그날에 바다는 너를 위한 왈츠

나는 파도가 춤추는 바람


우리는 그날

태양이 내려앉은

하얀 은빛 백사장에서

사랑의 그림자를 멎은

탱고를 추었다

2025.1.15 제주 월정리 해수욕장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주에서 불어오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