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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섬강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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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대의 철학
혼자 걷는 이 길의 끝을 묻고
여유 있는 발걸음에
앞서가는 네 뒷모습만 보인다
섬강 80리길을
흐르는 강물따라 걷다보니
굽이돌아 따라가는 이 길이
꽤 멀지 않게 다가오는 것이
비단 내 의지대로 꺾어져 왔다고 하지만
파란 하늘 아래 물속 내 비취는
네 모습을 바라볼 때에는
제 그림자를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도 아니거니와
강줄기 따라나서는 마음이 있었어도 아니요
그렇다고 바람따라 걸어온 것도 아니더이다
인적 드문 산골이라
아무도 찾지 않을 거라
네 노니는 모습을 바라볼때면
어느덧 지나온 내 송장이 구슬프고 애 닮고
가히 음풍농월에 비할 데가 못되더이다
이리저리 꼬리 치며 내 풍류보다
네 갈지자 노니는 모습이 더 정겹데라
오랜 땀구멍이 숨을 쉬지 못한 것과
쾌쾌 묵은 세월 탓의 마음도
땀 냄새에 묻어나고 베어나니
사랑도 오래되면
세월 탓을 할까 걱정이 들더이다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는 마음도
버스에 두고 내린 물건을
마음에 둘 길 없는 미련처럼 남아
내 철없던 철 모를 시절이 언제였던가
그 꿈이 옥지기의 꿈인들 어떠하리이까
뒷서가면 앞서는 네 마음 들킬세라
길을 보면서 걷는 내 마음이 다할까
잔잔한 강물 따라 흘러오다 보니
어느새 지척에 둔
꽃들과 새들과 구름과 바람이 함께하니 말이오
앞서서 걷는 네 마음
분주한 내 발걸음에 뒤쳐지고
애써 가지 못한 발걸음에 애환을 실어본다
뒤쳐진 내 발걸음
앞서는 네 마음 쫓아
마음 멀어질까 염려되더이지만
저 높이 창공에 덧 없이 흘러가는
구름 벗 삼고
바람에 구름이 잠시 쉬어가면
내 두발 길도 쉬어가고
내 언저리 못다 내쉰 숨소리가 다할까 서도
바람이 불지 않아 구름이 네 마음에 걸치면
영원히 내 마음도 저 강물 따라
그대와 함께 동행하고 싶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