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의 마음
- 설춘화(겨울을 이겨낸 꽃)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바람에 가냘프게 떨고 있는
노란 마음에 물든
색동저고리 기어 입고
봄나들이
봄맞이 나서고
동네 곳곳 마실 떠돌다
부끄러움에 살포시 고개 내민
외딴섬의 마음을 지니고 태어난
꽃다지 꽃
어떻게 바라보아야
너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어떻게 사랑을 해주어야
너의 마음을 위로해 줄까
아득히 먼 님 소식은
까마득히 들려오지도
바람의 느낌도 알 수가 없는데
세월이 얼마나 흘러야
너의 모습을 잊히고
세월이 어떻게 멈춰야
너의 마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아직도
나의 눈엔
지난 설경의 마음들로
하나 가득 한데
이 길을 걷고 또 걷자니
눈물이 앞을 가려
떠나갈 수가 없더구나
돌담 기슭에
애처로이 힘겹게 한 햇살에
의지해온 지난 나날을
어떻게 살아 버티어 온
인생인데
모두가 기억하고
하루하루 이겨낸
내일의 희망을 안겨줄 너를
이 시대의 진정한
꽃다지 꽃의 일생이로세
낮은 게 미덕이라며
어느 누구 하나
바라보지 않는
이 투박한 정서를 외면한
지나는 이 없는 이 들녘에
홀로 핀 외로움은
기나긴 지난겨울의 태동을
일찍이 알리기 위한
인내의 꽃이 아니면
무엇이랴 부르리
매서운 찬바람 불어
돌틈에 나지막이
피어난 꽃다지
자세히 보아도 꽃이 아닌 듯이
더 자세히
더 낮게 들여다보아야
네가 꽃인 줄 아는
나는 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진정
흰 겨울의 끝자락
들녘 돌담 사이사이
이름 모를
꽃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너의 마음이 촛불일 때
나의 마음은 타들어가는 심지
꺼져버린 마지막 촛불 아래
그제야 바람 앞에 등잔불 되는
나의 마지막 심지에
나는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봄맞이 꽃 설춘화
너의 이름은 꽃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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