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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그대

- 달빛 없는 사랑

by 갈대의 철학

달밤에 그대

- 달빛 없는 사랑

.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 달밤에 머물 그대

석양이 진자리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마른자리는

우리들 사랑이 떨어진 자리


오늘 달 없는 숲에

숨은 그대

그대는 달빛 없는 그믐달

나는 달빛 어린 보름달


달 없는 밤이 찾아오면

우리의 사랑도 숨바꼭질

부엉이도 숨 죽이며 젖어드는

몰래한 사랑에

달빛 어린 밤의 사랑


그 속에서 증기기관차 마냥

달리며 뿜어져 나오는

어둑어둑한 캄캄한 밤하늘

하얗게 수줍게 수놓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되어가는 달무리 지는 밤


마치 레일 위의 기차에

석탄을 하나 가득 군불 지피듯

달구며 달리는 기차는


달 없는 밤 심호흡 없이

우리들 거친 숨소리에 맞추어 가듯

끝없이 펼쳐진 무아의 경지에

해맑게 부끄러움 감춘

달맞이 동산에서 만난 너와 나


밤이슬 떨어지고 식혀가는

밤새 피어난 하얀 모닥불 사랑에

타다만 장작더미 위에 피어오르는

달 없는 밤 달그림자 쫓는 사랑


달 없는 밤하늘 별빛되어 떨어져

꺼질 듯이 다시 피어오르면

너와 나는 은하수 다리를 건너는

오로라 같은 사랑을 꿈꾸고


저 멀리 여명이 밝아올 때쯤이면

낮과 밤을 서로 장단 맞추듯

뱃고동 소리에 피어오르는

등대지기의 하얀 불빛의 마음에

우리의 사랑을 스쳐 지나듯

비춰오면


우리들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 될 거라고


육지와 바다가 하나 되어 만나는

모세의 기적을 기다릴 거라고


그렇게 우리들 사랑도

달 떠오른 밤에 달빛 없는 밤을

그립고 사모하며 기다릴 거라고


달 없는 밤에 사랑한 한 사랑은

달빛 없는 밤을 그리워해

날마다 그믐달에 달빛 그림자를

쫓아가네


2025.5.12 치악산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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