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꽃잎이 아니라면

- 나의 마음 흔들 지나 말 것을

by 갈대의 철학

떨어질 꽃잎이 아니라면

- 나의 마음 흔들 지나 말 것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떨어질 꽃잎이 아니라면

차라리 바람에

흔들리 지나 말 것을


그렇게 나의 마음

벌집 쑤셔 놓듯 헤집어

흔들어 놓고 떠나면


기다림에 목이 메어

그렇게 애타게 찾을 땐

언제인데


이제 와서

힘겨웠었다고 얘기하면

어디 가고 코빼기도

보이지도 않더이다


금세 찬바람 불어와

춥다고 내 곁에 다가서면

나는 바보스럽게도

내 겉옷을 냉큼 벗어

그대 너울 씌워주듯 한데


홑이불 걸친 내 마음에

그대 마음을 어떡하리오


안절부절 그리움 타다 남은

얼룩지고 찌든 상처엔


어느새

세월의 약에 새살도 돋아나

상처 어루만지듯 하니

기억의 저 편에서


또 다른

만남을 위한 기억을 하고

남겨두고 떠난다면

차라리

나의 마음 흔들리 지나 말 것을


그대 마음

나의 병든 마음에

바람도 부채질을 더욱 칠 때에


아직도 남아있는 꽃잎들이

바람에 아니 흔들리 지나 못했을걸

그랬으면 좋겠네


바람에 꽃잎이

날리지 않을 바에는

다른 마음조차 시도 하지 않기를


공허한 마음

내 마음의 전부가 아닌 일부가

꽃잎에 젖어드는 마음

이 마음을 지켜 가리다

제비나비
고라니

2025.6.8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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