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없는 나라
-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갈 수 없는 나라에 가보았다
그곳은 시스템 적으로
특별 계정 없이는
대문의 노크도 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기다린다
모든 것이 상식이 아닌
비상식으로 통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내가 아닌
나 스스로 포기해야 할 수 있고
드나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나라에
두 마음을 담고 살아간다
자의적이지 않는 그곳엔
하얀 여름날에
서슬 퍼런 눈이 내리고
갈 수 없는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오직
기억의 문턱에서 서성거릴 추억은
보물섬에 남겨두고 떠나고
약간의 살아 숨 쉬는
사랑의 감정은 움직일 수 있는 곳에
감춰두고
희망이 잊히지 않는 곳에서는
울분과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의 창문인 하늘에 두고
들어갈 수 없는 문턱에
서성거리다
나는 먼 하늘 올려다 본채로
그 집 앞을 노크할 자신이 없다
그래도 나는
재 넘어 있을 갈 수 있는 나라에
넘어서야 할 이곳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일생이 되어
그곳을 넘나드는 관문을
노크하기로 했다
톡톡톡 똑똑똑
아무 의기소침 없이
나는 한 곳을 끝없이 바라보았다
텔레스크린
마음은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가슴은 서쪽하늘을 연다
갈 수 없는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나는 늘 익숙하게
이웃집에 인사를 나눈다
2025.5.31 치악산 바람길숲 트레킹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