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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지붕

- 우산 없이 걷는 마음

by 갈대의 철학

하늘의 지붕

- 우산 없이 걷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내리네



비 내리는 거리에 우산을 받쳐 들고


어딘가 부단히 애쓰며


거리를 누비며 걸어가는


수많은 인파들의 행렬 속에



그대 지금쯤


어디서 걸어오고 있을까?



형형색색 오색 찬란한


무지개 빛 우산이 갓을 모자 인양


머리에 이고 떠나는 사람들



비 내리는 우중충한


거리의 악사들의 연주가


시작되면



마치


장송곡 들려주듯


빗속을 거니는 사람들의 북적거림에


거리의 네온사인 불빛 아래는


빗방울들이 춤추며 분주하다



묘지 참배 떠나듯


릴레이 행진곡을 부르며


검은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들



빗속을 거니는 우산 속 사람들의


묵언 수행에 침묵의 거리는


내리는 빗물에


깊게 파인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만나 행진은 계속된다



그렇게 비 내리는 날에는


너의 색감


나의 색채와 만난다



하늘의 지붕이 있고


그것을 받쳐 주는 것은


비단,


우산만이 하늘만 가리는 게 아니다



우중산책길에


하늘 아래


또 다른 지붕과 만나니



신록이 푸르른 날


하늘은 올려다볼 수 없고



오늘 같이 비 내리는 날에는


안산밭을 거닐어 보자



내리는 빗줄기의 우산이 되어주는


나뭇잎 사이사이 떨어지는


빗물은 처마 끝에 여무는



우산 없이 걷는 마음이


소소한 마음의 창이 되도록


슬픔이 젖어와도 아프지 않은


빗물이 되어 보자



너의 상심은


나의 슬픔 앞에


위로가 되지 못할지라도



우산을 쓴 듯 안 쓴 듯


걸어가는 이 길에



짓눌린 마음의 무게에


거리에 내리는 빗소리에


거리의 악사는


다음 곡을 준비한다


2025.6.20 우중산책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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