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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끝은 어디까지 인가요

- 부질없어라

by 갈대의 철학

인연의 끝은 어디까지 인가요

- 부질없어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모두 다 부질없어라


청춘도 피고 지고


꽃도 피고 지는데



제아무리


마음에 꽂이 피어난들


지는 꽂을 어떻게 탓할까?



떨어지는 꽃잎을 어떻게


붙잡을거나?



피어나는 꽃이 제철이 아닌 들


시도 때도 없이 피고 진다고


내 청춘을 갓 피어난 꽃으로


위로만을 위한 마음이 다할까?



꽃이 제철에 피어나면


피어난대로


뿌리가 남아있으면


언젠가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나겠지



사랑이 지겨우리


떠나면 그만인 것을



그렇게 다른 꽃이 예쁘다고


쫓아갈 때는 언제고



가뭄에


밭고랑이고 물꼬리 터주지


못했다고



이제는 시들시들 해지니


꼴 보기 싫다고


이 탱볕에 말라죽도록


내버려 두더니



어느새 비가 내려


다시 청춘의 꽃처럼


파릇파릇하더니


언제 그랬냐고 금세 딴말


옆구리 차고



정말 그대는


밉구려


아니 고울수가 없겠구려



그래도 옆구리 시린다고


찰거머리처럼 떼어지지도 않고


그냥 찰싹 달라붙어서


기생처럼 살아가는 내 인생



처량하다 사연꼬리


달 시간도 없고


계절에 맞는 옷차림도


할 사이도 없구려



그냥 하늘에 연줄을


제아무리 높게 띄어도


바람에 끊어 날아가지도 않으니



당신은 참으로


고귀한 인연이자


바람의 인연


하늘이 맺어준 동아줄


인연이지 않나 싶으오



갑자기 웬 이별타령이나 말이요


연이 다하지도 못한 것을


애써 다시 연을 끊는 앓는 소리를


해 쌌지 않나



부질없는 예전의 떠난 마음이


다시 되돌아 온들


구태여 사연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투덜 아닌


투정은 그만할때도


이제는 되지 않았겠소



사랑은 넌더리


이별은 난더리


2025.6.22 섬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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