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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이 되어

- 강물이 되어

by 갈대의 철학
바윗돌.정오차

조약돌이 되어
- 강물이 되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강물이 되어 떠나리


깊은 계곡 산자락에

우렁찬 천둥소리에 낙하하는

거대한 물줄기 따라 떠내려온

망망대해로 떠나가는

강물이 되어 떠나리


나는 조약돌이 되어 떠나리


이 계곡 저 계곡

산전수전 다 겪은 깊은 산야

처절하게 울부짖는

뼈를 깎는 아픔의 소리들

거친 계곡에서 떠내려 오는


바윗돌의 한 조각의 일부가 되어
지금껏
거칠게 모나게 살아온 내 인생
조약돌이 되어 떠나가리

거친 광야의 황무지처럼
나의 인생길도 계곡에 떠내려온
한 조각의 부서져 떨어져 나간

바윗돌이 되어
부딪히고 산산이 부서지며

닳고 닳아


깊은 계곡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구르고 굴러
떨어지는 폭포수 한 자락에
마치 살을 에이는 듯한


제 살을 깎아 먹는 좀벌레처럼
나는 그렇게
강물에 이르러

흙탕물이 지나간 뒤에
작은 조약돌이 되어


그대 곁에

여울살에 반짝이는

윤슬되어 하나가 되어가는


강물이 되고

조약돌이 되어가리


2025.6.21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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