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자와 한 여자
달리기
- 한 남자와 한 여자
시. 갈대의 철학
한 남자와 한 여자
방어가 최선의 목적이 될 수가 없다
공격이 최대의 무기가 될 수가 없다
청량리행 무궁화호
07:28분 도착
자동문 열리기 전
이쪽저쪽 출구에 모험을 걸고
어느 출구가
오늘에 행운의 열쇠 이는지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
유달리 도착 십여 분전 먼저
출구 입구에 도착한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렇지 못하면
줄줄이 비엔나소시지 마냥 늘어질까
일어날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염려일까
드디어 자동문 열리고
줄행랑
한 여자가 먼저 내리고
그다음 한 남자가 뒤를 잇고
언덕을 올라
평지에서 젖 먹던 힘
한 여자가 먼저 골인
그러나 순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고
달리기는 1등
도착한 곳은
뒤를 이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
기어코 승선하고
또다시 내려서 지하철 게이트
다른 한 사람의 카드가 인식불량
여러 번 찍어도 똑같고
바로 옆 게이트 옮기려는 찰나
줄은 앞에 세 사람
아니 이런
반대쪽에서 먼저 게이트에
카드 부착
서로 맞부딪히는 상황
상황 종료 후
또다시
한 여자 한 남자 달리기 시작
아차
저 멀리서 전철 들어오는 소리들
열심히 달려왔건만
스크린 도어 닫히고
다시 열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기차는
아무런 이유 없이 달린다
통상 통계를 믿은
한 남자와 한 여자
믿음의 통계에
또다시 달리기를 한다
통계의 미학과
의존의 미학
그 둘의 역학 상관 관계가 빚어낸
위로의 미학
최선의 공격은
통계를 믿지 않는 것이고
최대의 방어는
통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