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이른 새벽길
- 제 슬픈 곡조의 비가
비가 내리는 이른 새벽길
- 제 슬픈 곡조의 비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내리는
이른 새벽길
하늘이
하얀 버선을 벗어 버리고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울먹이고 말았다
딴은,
슬픔이라도
눈물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늘은 내게
그 만한 용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슬퍼할 때는 비가 내려
내 마음을 감추고
기뻐할 때는 태양의 햇살이
또한 나의 마음을 가져간다
하얀 비가 내렸다
너의 마음의 비는
늘 석양의 뒤편에 남겨진
달걀의 노른자와 같은
비를 맞이한다
어느 날
햇살이 사라진 날
어둠은 걷힌 채
하늘은 남강에 쓰러진
논개의 울부짖음이 된다
이른 새벽에 내리는 비는
아직도 설익은 단잠
잠든 이의
첫 날밤의 뿌려진
달콤한 언어의 유희적
도단이다
비는 내 마음을 적시되
내 마음을 가르지 못한다
행여
슬퍼할 세라
기뻐할 세라
너에게 나는
잠시나마
내리는 소낙비에
바람이 전해준 마음은
빗소리에 젖어드는
제 슬픈 곡조의 비가
2025.9.21 이른 새벽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