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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때면

- 하얀 면사포

by 갈대의 철학

메밀꽃 필 때면

- 하얀 면사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메밀꽃 필 때면

당신이 시집올 때가

생각나는 구려


그해

메밀꽃이 안개꽃처럼

새하얗게

피어나던 날


당신은 메밀꽃처럼

화사하게 웃으며

하얀 면사포에

하얀 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섰습니다


햇살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당신을 바라보면서


메밀꽃이 안개꽃처럼

피어나는 계절에

내 곁에 살며시 다가온

당신의 온화한 미소를


나는 지금도

당신의 그때의 마음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햇살에 안개 걷히듯

그리운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그날을 반추하듯

또다시 그리움을 선사해

준 당신

고맙소

정말로 감사하오


그날

그렇게 시집오던 날에


당신의 인생에 있어

난생처음으로

당신의 양볼에

연지곤지 찍어 바르던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들을

나는 여태까지

회자하고 있습니다


하얀 분가루가 마치

하얀 겨울 설원에 내리는

첫눈의 사랑처럼 흩날리던

그날이

엊그제 같았은데


참 세월도 무상하지

어느새

당신의 머리 위에도

언제 그랬냐 듯이

새색시 하얀 분가루가

날리니


그때 그 시절이

정말로

정답고 다정스럽게

다가올 때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제는 세월 지나

점점 깊어가는 가을날

파란 하늘아래

하얗게 수북이 피어난 메밀꽃을

한없이 바라볼 때면


어느덧

당신의 머리에도

새색시 새하얗게 분가루 뿌리던

그날의 추억들에


지나온 세월이

어쩌면

그리 야속하고 무상하게

다가오고 들려올 수도 있겠지만


그 마음들은

지나온 세월들이 녹아내린

당신의 고귀한 마음이

메밀꽃처럼 피어났다는

그 사실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2025.9.21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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