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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위로

- 계절의 길목

by 갈대의 철학

낙엽의 위로

- 계절의 길목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솔솔 불어오는

가을바람

낙엽 떨어지는 소리들


깊어가는 이 가을을

더욱 고뇌이게 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를


바람에 떨어지지 않은

낙엽에서 되찾았음이다


귀뚜라미 구슬피 들려오는

슬픈 계절에 떠남은

이별의 기로에 서서

오고 가는 계절의 길목을

붙잡는다


그 긴 계절 떠나와

쓸쓸히 맞이해야 하는

가을밤의 고심한 흔적들에


낙엽이 지는 거리에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나의 발밑에

자지러지게 쓰러져 밟혀간

낙엽의 구슬픈 이야기가

들려온다


떠나보내야 하는

이 가을을


떠나지 못해

아쉬움 달래야 하는

이 가을의

사연을 되찾고자


나는 애써

낙엽의 위로를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고즈넉이 깊어지는

이 야심한 밤


울어재끼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마저

낙엽의 위로를 받으며

잠재운다


슬픔은

더 이상 이 가을이

슬퍼하지 못하도록

슬픔의 뒤안길에 남겨진

슬픔 뒤에 찾아오는 슬픔은


찬바람 끝에

아스라이 매달린 낙엽에

나의 지난 청춘도 떨어진다


운지버섯

2025.9.25 달없는 밤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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