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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위한 연습

- 가을비 산책

by 갈대의 철학

가을을 위한 연습

- 가을비 산책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비가
마치
겨울비처럼 내립니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내리는
가을비가


꼭 초겨울 스산한 바람 안고
다시 태어나듯
주르륵주르륵
나의 마음을 적셔 줍니다

여름에 내리는 장대 소낙비는
천둥 치며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


마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듯
운명의 교향곡처럼

들려옵니다

아기자기 내리는 봄비는
따스한 봄 볕에 겨워하는
아기 잘 자라고 들려주는


마치
동화 속 꿈결을 거닐 듯
자장가 소리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나는
미완성의 결실에
나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가을비가 좋습니다

마치
우산을 쓴 듯

안 쓴 듯이 하여도
가을비에 젖어드는 마음은


춥지도,
습하지도 않아서
더욱 괜찮습니다

찬 이슬 내리는 날이 오면
그때는 아마도
스산한 기운이 돌 테지만


그만한 각오쯤은

이미 지난 가을비가

예고하여 연습이 되어가듯


다가올 만추에

내리는기다리는 비를

더욱 사랑할지도 모릅니다

가을밤 우산속.최현

2025.9.25 가을비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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