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산이 나를 부르는데 어찌 아니 떠날 수 있으랴
사심(邪心)- 치악산 남대봉 상원사 가는 길에
- 저 산이 나를 부르는데
어찌 아니 떠날 수 있으랴
시. 갈대의 철학[蒹葭]
저 산이 나를 부르고
나는
그 소리에 잠이 깬 듯하여
어둠이 내려앉은 지 오래된
태양이 그리 길지 않은
길을 나서야 하는
사심邪心에 잠기었다
살포시 두 눈의 두 눈덩이를
이리저리 굴려가면서
양손은 시도 때도 없이
눈 언저리 비빌 사이도 없이
두 눈의 눈꺼풀에 눌러
몽롱한 기운을 이길 수 없는
세상의 밝음을 지키지 못한 채
다시 두 눈이 감기었다
한참을 그대 품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대가 들려주던
자장가 인가 싶더니만
꿈에서 들려온 듯한
낯익은 종소리에 이끌린 듯이
꿈을 꾼듯하고
네 목소리 따라
여기까지 찾아왔다
무얼 놓고 왔는지
이리저리 헤매던 마음 이련가
갈팡질팡 배회하던 마음도
어느덧 미련된 마음 앞에 접어두고
갈 곳 잃어 헤매는 마음도
태양 앞에
내일을 비추기 위한
준비에 바빴다
상원사에 가거들랑
내 몸의 짖눌린 무게와
마음의 억눌린 업보와
하나 가득 봇짐 매어 오른듯한
세월의 무게도 함께 모두
실어 떠나 보내오
상원사에 오르걸랑
필히 내 배낭과
괴나리봇짐 둘러 엊혀매고
상원사 계곡 입구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지게 하나를 둘러매고
산을 오르는 가득한 마음으로
넘치우지 않는 소박한 공양한 마음을 안고
앞과 뒤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맞추며 오르리라
치악 남대봉 상원사 가는 길은
착한 산이다
무릇 고행의 길은 끝이 없다지만
무릇 모든 꽃들이 시들기 마련이겠지만
치악 상원사에 다다르면
세상의 이치가
그리 단순하게 흐른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광활한 산속에서 들려오는
어느 산사의 종소리가
어느새 이곳이 은혜를 베푼
치악의 울림에 메아리 되어 간다는 것을
허공으로 공허한 심금을 울리는 것이
비단 이곳에서의 만남이
약속된 만남이 있어서가 아니다
상원사 1100 고지에 오르면
꼭 이것만은 알아주오
종소리 타종 3번 치며
보은의 종소리가
이 만국에 널리
울려퍼져 갈 수 있도록
힘차게 쳐달라고
[치악산 남대봉 세존존재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