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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지는 달

- 숨바꼭질

by 갈대의 철학

아침에 지는 달

- 숨바꼭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데

어찌 너는

서산에 걸쳐

새색시 방을 기웃거리느냐


문풍지 사이사이 너머로

문지방 문전성시 하고

빼꼼히 게 눈 감추듯


커다란 두 눈망울을 부릅뜨고

춘양이 재너머 담장 널뛰듯

누구를 위해

조심스레 몰래 지켜보느냐


너도 나처럼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사연이 있었던 게야


너나 나나

매일 피차일반

이 현실의 안도감이 주는


다가올 냉혹한 찬서리를

기다리는 것이


어쩌면

너의 살가운 마음에서부터

두려움이 서려서 그럴 테면


그런 걱정은

유유히 넘나드는

아침에 지는 달을 바라보아라


이제는 떳떳이

살아가보자꾸나


내 인생

당신의 인생을 위하여


더 이상

나는 당신에게

보여줄 패도

잃어버릴 패도

없으니까 말이외다


2025.11.6 새벽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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