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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순간

- 사랑과 이별의 순간

by 갈대의 철학
인연.이선희

때와 순간

- 사랑과 이별의 순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우리의 만남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우리의 사랑을

인연이라는 굴레에

만남으로 엮어간다고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그것을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

여기 지도 않을 거랍니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


나는 그것을

하늘의 운명이라고

운명의 장난이라고도

부르지도 탓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매 순간마다

용기 하나로 버텨왔다는 것을

지금의 현실의 안도감은


나를 위로해 줄

마음의 창과 방패가 되어

매 순간순간마다 성채가

되어가고 있을 테니까요





세상의 모든 인연들은

순간으로 다가와

순간으로 떠나가네


마치 준비도 없이

복습도 없이

순간의 예행은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우연도

인연도

운명도...


모두 매 한 순간마다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모든 순간에는

때가 있는 법


봄이 와야

여름이 오듯이


가을이 지나야

겨울을 기다리듯이


우리의 인생은

우연찮게 일어날 듯 하지만

그것은

하늘의 인연이 닿은

순간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태어날 때도

졸업할 때도

취업할 때도

결혼할 때도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


생은 곧 사요

사는 곧 생


그리고

그리울 때와

기다릴 때


나는 그래도

살아가면서

이런 순간의 때를 만나리


머피의 법칙도

샐리의 법칙도 아닌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는 용기와


남아 있을 때

부끄럽지도 않을 미련을

탓하지도

하늘의 운명이라고 말하지

않으리


그리고 아직도

채 식지 않는 인연의 끝이

다하지 않았다고


하늘의 운명을

거스르지 않을 때가

다가오면은


그때가 바로

너에게 정나미가 뚝

떨어질 때라는 것을


우리의 인연의 끝이

여기까지라고 말하고

그것은 하늘의 인연이

다해서 그렇다고 말하리


2025.11.60 여주 신륵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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