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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꽃, 청춘의 꽃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by 갈대의 철학
내생에 봄날은. 캔

황혼의 꽃, 청춘의 꽃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은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계절을 바꾸며
다시 피어납니다
청춘의 꽃이 지나간 자리에도
황혼의 꽃은 늦지 않게 피어
우리의 시간을 채우기도 하듯이
인생의 봄날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다시 피고 지고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갑니다




내 인생의 봄날
아름다운 꽃이
피고 지던 때가 언제였던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긴 채
창가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어두운 터널 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
한 줄기 햇살을 반기는 나는


꿈이면 꿈이라서
깨어나지 않아도 좋고


생시라면
못다 한 꿈을 위해
다시 달려갈 테다


그저 황혼의 꽃이
청춘의 꽃이 아니기를


그나마 작은 희망의 불씨를
간직하기만 하여도
나는 좋으리


아름다운 꽃도
해마다 그 자리에
늘 피고 지지만
세월에 녹아내리고


어쩌다
사랑의 인연을 만나
다행인 것을


당신을 만나
인생을 봄날 꽃처럼
살아갈 수 있었으니


나의 인생의 봄날은
당신을 만나
사계절 피고 지는 꽃이
아니어도


희로애락이라는 꽃이
우리의 청춘을 대신해
피고 지고 있음을


그 인연으로
지금껏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비록
세월을 이고 가는 몸이지만
우리의 사랑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꽃처럼 피고 지는
낙화의 슬픈 마음이 아니었음을


사랑의 꽃으로
늘 충만되어
떠나가는 황혼길


청춘의 꽃이 지더라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남은
황혼의 꽃


그 마지막 남은 불꽃을
당신과 함께
불태우리라

2026.4.7 충북선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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