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백산(해발 1,572.9m) 백두대간 종주 길에서
옹이가 뿔났다(雨中山行)
- 함백산 (해발 1,572.9m) 백두대간 종주 길에서
시. 갈대의 철학[蒹葭]
[옹이 타령歌]
옹이가 혼났네
혼이 났어
떠나는 마음이 이리 홀가분한데
걱정을 그리 못 붙들어 매서
발 동동 나서지 못하는 마음을
어디에 두고
그리 애가 타는가
옹이가 뿔났네
뿔이 났어
기다리는 마음이 떠나는 마음일 까서도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 비에
떠난 온 배낭에 하나 가득
부푼 꿈도 싣고 온다지만
왜 그리
더디어 가나 더디어 가
떠나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도 아닐세
기다려 주는 이의
특혜도 아닐세
옹이가 옹알옹알
옹알이 하네
지지배배 제비 마냥
지 새끼 물어 온 벌레 터줄세라
고운 잎 벌려 가며 앞 다퉈 입 삐쭉 내밀고
어미가 물어온 벌레
서로 의지도 못하고
제 살 부딪혀 아파하는
살갗도 잊네 잊어
어미 제비야
날지 못한 것이 서럽고 한탄스럽구나
얼른 우리 새끼 커서
주둥이들 앞 다퉈 내밀지 못하고
삐쭉 내민 고운 입에
벌레 나눠줄 때가 언제였던가
어미 준 먹이
얼른얼른 꼭꼭 잘 씹어 먹어
날을 준비를 하자구나
어미 제비에
옹이가 났네 났어
이를 어째 이를 워째
한쪽 처마 밑에 대간보 타고
스르륵스르륵
구렁이 담벼락 넘나들듯 올라오고
지 새끼 먹이 먹일 틈도 모자라
구렁이 쫓을세라 어이하꼬
옹이가 났네
옹이가 났어
두 마음 곁에 두지 못하고
한 마음도 지키지 못하네
여보게들 옹이가를 불러주오
옹이에 박힌 가슴
세월이 유수하여
그냥 지나치는가 싶더니만
다른 한쪽 가슴에
한이 되어 옹이 꽃이 피었네
[ 함백령 ]
백두대간 함백령
우리나라 여섯 번째 높은 산
백두 대간보 쌍벽을 이루는
쌍두마차 셋 쌍둥이 별자리
함백산 1,573m
태백산 1,567m
오대산 1,563m
백두대간이면 무엇하랴
님 마중하러
이곳 멀리까지
찾아 올라왔건만
기다리던 님 소식일랑
콧방귀도 안 뀌고
일언반구도 못해보고
아랑곳하지도 않으니 말이오
내 모습은 안중에 없고
그리운 이
보고파하는 이 있어도
그리 묵묵히 침묵 만을 일 삼고
대답도 없으니 말이외다
이른 새벽 동이 트는 것도 마다하고
이리주섬 저리 주섬
먼길 떠날 채비에
어린애 마냥 잠 못 이루고
떠날 급함 마음
살필 겨를도 없고
내게는 선택에 운신의 폭도 없거니와
그대에게 다가서는 마음부터
일찍이 내리는 비 조차도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니
이곳이 그곳임을
이름조차 알려주지도 못하였소
내 모습이 우중산행 길에 길벗도 못되오
아름다운 산세도 그러하거니와
아름다운 이름 모를 들꽃에 파묻혀 본들
어떡하리오
이른 새벽길
떠나오는 자 마음이
느낄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직도 기억 못 할 거라 생각하오만
그대를 생각하다
첩첩산중을 헤매는 마음이면
더욱 좋겠소
정상에서 잠시도 머무를 겨를도 없이
비와 안개와 바람이 불어오니
그대 곁에 인도해주기를
간절히 기도드렸건만
나를 찾지 말라
그냥 떠나가라 하니 말이외다
땅거미 지기 전에 돌아온다던
네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본들 없고
구름 속에 갇혀버린
네 발자국만 선명하니
그대 발자취 인가 싶으면
한발 한발 내딛는 내 발자국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그대 발자국만 따라나서다
진흙탕 속에 얼룩져
내 마음도 비에 젖어 흩트려져 가고 있소
이 길 따라나서면
그대가 서성일까 싶어서도
금세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애타는 마음은 그대는 알까요
주룩주룩 내리는 빗방울에
너를 항한 내 마음의
허접한 모습 찾을 길도 없고
기다리는 이 없는
이 산중을 어이 떠나오리오
사방이 안개가 엄습해오니
네 모습 보일라치면
금세 안갯속에 사라지고
네 손을 놓칠세라
뒷따라 가는 두 발자국은
금세 앞 나뭇가지가
방해를 놓으니 말입니다
소금에 절인 고등어 마냥
이 한 몸 절일 기세도 없이
마음도 젖고
몸도 젖고
가슴은 울며
쩌들어갔었던 마음도
이내 비에 한 거 풀 두거 풀씩
베껴진지 지가 오래되다 보니
아무 쓸모없는
궤짝에도 쓰일 때가 없소이다
늪을 지나는지
빗속을 거니는지
칼리굴라도 그랬을까
사라져 가는 그대 뒷모습만 보일라치면
금세 그대 발 뒤꿈치만 보이고
꽁무니 마냥
길 잃은 사람처럼
총총 발걸음이 애닮 기만하더이다
[ 비와 안개와 바람과 시 ]
내리는 비에
내 마음 젖을 때
안갯속 감춰둔 사랑
살랑이는 바람 앞에
내 마음 둘 곳 없고
꽃잎에 드리운
이슬 눈 꽂이 되어 갈 때
청초한 네 모습은
안갯속에 마음 둘 길 없고
안개에 싸여가는
네 공덕이 쌓일 때쯤이면
바람도 불어와
이내 걷어가고 마네
바람으로 떠나버린
이곳을 기억하는 것은
안갯속에 감춰버린
네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함일지도
[함백산 우중산행 중에]
2017.7.23.일. 함백산 백두대간 종주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