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뜨는 서산
- 해 뜨는 서산
詩. 갈대의 철학
어제 그리고 오늘
발이 부르터질 정도로 걷고 또 걸었네
물집도 생기고
사타구니에 땀띠도 나고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을 훔치기에 바빴다
머리에 둘러싸인 모자 속에 얼굴은
땀과 땀으로 씻어 내어도 끝이 없고
오르는 현기증에 내 몸에 젖어버린 물은
소금으로 변해갔다
곧 햇볕에 그을린 내 마음과 몸은
어느새 하얀 설원의
눈꽃 소금으로 쌓이기 시작하였다네
이래 저래 만신창이가 된 몸도
내일의 기약 앞에 서는 서서히 회복이 되어가고
세상의 이치는 늘 제자리인가 싶더니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자연만이 그날의 기억됨을 기억하니 말이다
어제는 마애삼존불상의 여래 된 마음으로
산에서 헤매었던 마음과 몸도
간월도에서의 바다 갯 내음새에
한껏 내 마음은 고무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간월암에서의 낙조 된 마음의 몸을 씻고
잠시 흐트러졌던 마음을 정갈하게 하였으니
마치 떠나온 마음 앞에
지는 석양을 머리맡에 두고
내일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행복한 기쁨이 아닌가
해미읍성 가는 길
451번 시내버스길에 올랐다.
큰길 지나 작은 길의 끝없이 펼쳐 보이는
아랫지방 특유의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끝없이 펼쳐진 간척지와 담수호
아직까지 새순에 지나지 않는 드 넓은 들녘들
해미읍성 관문을 통과하여
나를 반기는 것이
오늘의 뜨거움을 더할 거라 느껴지는
아침햇살과 시원한 바람
그들이 맞이하는 아침은 늘 싱그럽다
첫나들이의 느낌은 언제나 나만의 여유와 부지런함이 얻을 수 있는 미덕이다
성곽 돌담길 따라 걷다 보면
옛 성토된 길을 지나
그 길 따라 돌아보고
아련한 옛 수국 화가 필 때 생각나는
잠시 잊혀졌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성곽 돌담길 따라 나도 몰래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그날의 함께 지내왔던 무수한 세월 속 이야기 속에 피어나는 돌담의 손길에 이끌리고
운무 장벽 걷히는 날
성곽 모퉁이 돌담 위를 거닐다 보니
청허정에 머물러 가는 내 마음 또한
저 멀리 철새들 낙원의 도래지인
천수만의 드넓은 마음을 가질 수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낮음의 아름다움과 미덕을 알려주는 무성한 잡초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길이
그날의 서러움과 감정들이 순간 북받쳐 오른다
성곽은 아픔의 역사다
그 속에서 생활하고 그들만의 영위를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지만
한때에 고난의 피조물이다
이제는 고요만이 남아
봄을 지나 여름 알리는 꽃들이 피고
여름 지나 가을 겨울이 찾아오겠지만
다시 찾아오는 옛 명성 길 따라가다 보면
봄의 잉태에 새롭게 변모된
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아름다운 해미야
너의 고운 된 마음을 늘 간직하며
잊혀졌던 아픔의 마음을
내 다시 돌아오는 날에
너를 기꺼이 아픈 마음 달래주며 보듬어 주고 싶구나
그날에 다 담지 못한 네 모습의 기억을 남겨두고
훗날 다시 나를 반기는 날에는
아주 천천히 걸으며
네 모습에 동화되도록 하겠으며
한참을 지나가는 새들에게도
네 소식 보여달라 하고
한참을 머물다 쉬어가는 구름에게도
너의 모습 비춰달라 하고
한참을 스쳐 지나는 바람에게
살가운 바람 불어 달라하여
내 귓전에 사랑스러운 서동요가 되도록 하려무나
너의 고이 간직된 이 마음을
청허정에 올라 탁 트인 시야 속에
성곽에 둘러싸인 네 마음을 가둬두고
울창한 소나무 군락의 솔향에 마음을 저버리고 나면
금세 내 마음은 고요한 평화를 얻는다
잘 있거라 해미야
너는 육지 된 몸으로 바다를 지척에 두고
너는 바다 된 마음으로 육지를 지척에 두었다지만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천하의 요새요
등등한 가야산을 위엄으로 한치의 틈새도 없거니와
돌이켜 보면 너의 너스레 한 모습이 수구 한 역사적 산물이 되었구나
왜구의 침략에 맞서 온몸을 내던지고
그날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
순교자들 넋을 기리기에
한 점의 부끄러움과 부족함이 없구나
옛 조용한 마을에 멀리서
개심사의 종소리가 울려오고 들릴 때쯤이면
뻐꾸기 울어 지치는 그날이 다시 오고
내 너를 진정으로 두 손 합장하여
친히 마중 나가 반기어
두 손 활짝 핀
너의 큰 나래짓에 나를 포옹해 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