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 호박

by 갈대의 철학

엉덩이

- 호박


詩. 갈대의 철학


내 안에 갇히고

네 안에 또 갇혔다


주렁주렁 내 어깨 위에 매달려온 세월 탓에

걷지 않으면 가까이 있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걸으면 지금껏 지나쳤던 그리움도 생각나게 하고

걸으면 지나온 길의 추억도 떠오르고

걷다 보면 흘러간 옛사랑도 생각나게 한다


걷다 보면 쉬어가야지 하다가 걷고

걸어봐야지 하다가 또 걷다 보니 쉬어가야지 하고

걷고 가다가 길이 막혀 있구나 해야 돌아가는 법을 알지


꿀단지 주인이 뭐라 길이 막혀 있다고

여러 번 지나치다 들어주어도 제대로 보고 가야지

하는 잔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다 보면 막다른 길이면 돌아오면 되지

하면서 발길 닿는 대로 가본다


역시나 돌아오는 상황이 부딪혀 오더라도


잘하였네 잘했어

지금 그 길을 안 가보면 언제 가볼런가


하여 다시 돌아오는 길목에는 계곡 주인이

냉큼 손님 받을 채비에 분주하여

대청마루 걸레질에 우리 곁에 오니


맑은 계곡 물에 더위 한시름 적셔 볼 랑가 하다

그 옆에 와서 하루 장사 망칠라 부정 탄다 하여

마구 설기로 마대자루를 세수도 못하게

거대한 물을 튀겨가며 직간접적으로 멀리 가라는 손발짓 대신 전한다


어이쿠야 옷 다 젖을라 하여

이미 몸은 걸음걸이로 소낙비는 피하더라도

구슬 같은 비 땀방울에 일치 감히 젖은 상태라


뒤돌아서서 걸으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위로 세수할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걸어보아야 멀리 있는 게 가까이 보이고

걷다 멈춰보아야 가까이 보이게 되느니

되레 어디까지 얼마만큼 왔는지 뒤돌아 보면


내 눈 언저리에 파란 하늘과

네 눈동자에 반사되어 스며든 하얀 구름만이

그날의 행적을 남기는구나


허참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으면 가는 길도 한결같으랴

2016.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