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롱꽃 (백일홍)
배롱나무 (간지럼나무)
- 배롱꽃 (백일홍)
시. 갈대의 철학[蒹葭]
태양의 둥근 마음 앞에
백일치성을 드리우니
커다란 아름드리나무에
배롱나무 배롱꽃 피웠네
대롱대롱 나뭇가지에 매달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것이
멀리서 보면 환하게 웃는 함박꽃일까
수국화의 마음일까
배롱꽃 너의 이름이 백일홍이면
나는 너의 기억을 백일 동안만 기억하련다
수줍던 새색시 연지곤지 족두리에
발그스레한 웃음 짓던 양볼에서
살포시 웃던 네 모습이 그리워서일까
백일치성제를 지내야만
백일홍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 피었는지
너의 곧은 마음을 두고
너는 산에서 피지 못하는 운명을 지녔지만
매화의 굳은 절개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사람들 사랑을 한 몸에 받고
간지러움에 이리저리 넉살을 부러 대니
슬퍼할 겨를도 없는 너는
그저 한 떨기 꽃이라 여기기엔
너무나 이국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타향의 마음을 지닌
이지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름에 뜨거운 열정의 기운을 받아
가을이 깊어지기 전까지
피다 지다를 반복하니
내 소식을 간간히 접해보려 함은
떠나간 님에게 그리워해야 할
떠날 때 말 못 할 사연이 남아있었는지
구절초의 마음을 곁에 두지 않은들 어떠하며
너의 그 고운 성품을 지키려는 마음이
더 애석하고 미덥기만 하는 것이
백일 동안 태양을 품에 안고 잉태하기 까지
그 긴 겨울을 나기를 기다렸음을
백일 동안 지키지 못하는 내 마음이
네 앞에 서지 못하는 것은
그해 여름날 네 곁에 잠시 머물렸던 마음이
더 부끄러운 맘 한량없기 때문이어라
[ 2017.8.23.덕수궁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