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沈默)
한라산漢拏山
- 침묵(沈默)
시. 갈대의 철학[蒹葭]
사람이 태어날 적에는
정해진 순번에 의해
그 자리에 난다지만
사람이 죽을 때에는
정해진 순번에
의지 없이 세상을 등지고 만다
그대가 세상에 태어날 때
천둥 지하 요령 치며 개벽을 쳤고
그대가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할 때
지하 호령 잠식하며 끝없는 듯
오랜 세월의 침묵이 시작되었다
그대의 큰 기운과 기상에 사묻혀
나의 어머니가 세상에 나를 만드시고
그분이 나를 낳으실 때
세상이 나를 놀라게 하였으니
가진 게 없고
그 품 속에 내게 영혼을 불어주셨으며
그 한 분이 한 세상에 나를 낳아 길으셔
한라산처럼 웅장한 기백을 심어주시니
세상이 그 한 분을 저버렸을 때
한라산처럼 담대하고 위대한
희망과 꿈을 남겨주시었다
[2017.11.3 제주 한라산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