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음의 미학

- 잡초의 미학

by 갈대의 철학

낮음의 미학

- 잡초의 미학


시. 갈대의 철학[蒹葭]



낮음의 미학을 아시나요

들꽃
우리들의 이야기,

낮에 해 뜰 때 고개 들어
님 얼굴 한 번 올려보고
밤에 해 질 녘 달빛 어린
숨은 님 그림자 찾기
대문 앞 서성이게 해

낮은 인생살이

하루살이 인생인 나


잡초의 미학을 아시나요


나무
그들만의 이야기,


하늘 높아 먼산 바라보고
오히려 높은 삶 살아가고 파서

쭉쭉 고개 내밀어 보지만

사연이 적다구나 연이 짧다구나

아쉬우면 아쉬운 데로 살란다


사랑의 미학을 아시나요


사랑

그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


기다리지 마라 나의 사랑아

무얼 그토록 기다리며 애태우는지

너는 나의 마음을 모른다


떠오르는 해의 마음을

지며 떨어지는 나의 마음 됨을


사랑이라 부르지 마라

그저 그것은 삐에르 보다 우습고

광대 보다 어색하다


사랑아 가라 사랑아 울지 마라

네 인생 내가 대신 산다고

내 인생 네가 다시 떠난다고

살아가는데 변한 게 무엇 있으리


너가 나 이면

내가 너일까 싶더냐

배고프다 배고픔 움켜잡고

배앓이 하여도 배아픔 뒷전이라


사랑한다고 사랑이 머물 거냐

사랑에 배고프다고 뱃소리 고동소리 읊조릴 테냐


떠나간다 떠나 가네 사랑아


나는 네가 아니니

너 또한 내가 아니기를 바랜 다


너무 염려 말아라

세상의 이치가 늘 이렇게 흘러가니


애석하지도 말고

더 더욱이나 슬퍼하지도 말아라


너를 대신해서 울어 줄 사람도 없거니와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너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빗대어 남몰래 감춰진 하회탈이지 않나 싶더구나


이 둘의 차이가

큰 바람에 작은 바람이 흔들리는 거와 못지 않다


[2018.2.23 청계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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