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 절망(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by 갈대의 철학

외로움

- 절망(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시. 갈대의 철학[蒹葭]


그대

외로워하지 말아요
이렇게 간절히 부탁해요


그대가 외로우면

나는 기나긴
괴로움의 터널을 지나가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끝없는 기다림의 미로에 갇히게 됩니다


그대

절망의 끝을 보지 말아 주세요
제발 진심이에요


그대가 절망의 끝을 보이면
나는 지옥의 아수라에 매인 몸
몸과 영혼은
이미 그대의 것이 아니랍니다

그대가
절망의 끝에 다다랐을 때


이미 나는
슬픔도
감정도
이성도 잃어버린
미라처럼 되어버렸어요

그대 날보고 언젠가
상냥하게 웃어주던
살짝 들어간 보조개와
보일 듯이 말듯이 옅게 드리워진 이빨이
안갯속처럼 다가온 후

그 웃음에 반해 버린 나는
지금껏 삶의 영속성은
그대에게 있었 왔어요

이미 그대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지만요

이제는 두려움에 대한
존재의 대상이
그대가 아닌

그대의 환형에
내 마음에 비친
그대에게서 반사된 거울 모습과
사투를 벌여야 한답니다

[2018.4.11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